‘청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고경란 회장, 김미경 부회장, 백근영 사무총장 인터뷰
청라는 계획도시이기 때문에 입주자 중심으로 아파트 커뮤니티가 발달했다. 처음엔 ‘청라맘들 모여라’라는 온라인 카페에서 엄마들 중심으로 활동했다. 주로 맛집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우리 모여서 밥만 먹지 말고 의미 있는 행동도 해보자.”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소녀가장이 트럭에서 커피를 파는 사연을 접했다. “적극적이지만 적선이 아닌 방식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맛집에서 식사한 다음엔 그곳으로 커피를 마시러 갔다.
이 작은 변화가 계기가 되어 생활 속에서 이웃을 돕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즈음 동네의 남자분들도 동참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온라인 카페 이름을 바꿔 활동하게 되었고, 공모를 통해서 이름을 ‘청사모’(청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로 결정했다. 지금은 남녀 성비가 5:5 정도 된다.
청사모는 철저히 주민들에 의해 결성되었다. 각 아파트 협의회가 청사모 스탭으로 활동 중이라 6000명이나 되는 회원이 확보될 수 있었다. 실제로 회원은 아니지만 청사모의 활동을 알고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 그래서 큰 행사를 하면 비가 오는 날이여도 1000명씩은 오시곤 한다. 그렇게 일한 것이 이제 4년차에 접어든다. 작년 2월에는 직접 법인 설립을 준비해서 반려 한번 없이 서구단체 최초로 법인을 받았다. 청사모의 활동 반경이 넓어서 같은 분야에서 법인이 생기기 힘들다고 들었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유일한 단체가 되었다.
청사모는 회원후원을 받지 않는다. 자문을 구해서 일을 진행해 봤는데 일이 방향이 엇나가고 진척이 잘 되지 않아 초심 그대로 사무국에서 직접 운영한다. 회장은 공식적인 업무를 주로 처리하고, 부회장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주로 관리한다. 정치적 색깔 없이 시나 구에서 알리는 정책들까지 카페에서 정보를 나눈다.
우리가 재밌어서 활동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봉사활동을 하는 단체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봉사만 하는 건 아니다. ‘일탈클럽’이라는 모임이 있다. 어떻게든 일상을 탈피해서 재밌게 놀기 위해 똘똘 뭉친 모임이다.(웃음) 모든 일에는 “이 악물고 잘 놀아보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청라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다. 경제자유구역청이 있는 지역이라는 자부심도 있다. 그래서 청라를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일에는 호응도가 높다. 결속력도 좋다. 시행사(LH)에서도 여러모로 조력을 해주고 있다. 원도심에 비해서는 생업에 급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지만, 하우스푸어도 많다. 그래서 주민들은 인천의 주변 지역 사람들이 많이 놀러오고, 지역이 활성화되길 바란다.
작년 시 지원사업으로 ‘어울누리’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어울누리는 저소득층,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와 장애 어린이가 함께 월에 한번씩, 10명 그룹으로 문화체험과 사회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김미경 부회장은 “아이들이 커튼 뒤에 숨어서 천진난만하게 노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뭉클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또 ‘국화축제’ 프로그램에서는 장애학생 700명의 나들이를 지원했다. “종종 지역의 업체가 사회환원을 하고 싶어 할 때가 있다. 이를 구에서 집행하면 특정 대상만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를 봤다. 이를 방지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분에게 지원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인복지센터나 지역아동센터의 복지사가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명단을 직접 알려주면, 그대로 기업과 연결해 주는 일도 하게 되었다.”
한달에 4가정씩 쌀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게 작년의 집중사업이었다. 지역아동센터, 노인복지센터, 장애센터, 다문화가정,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쌀과 생필품을 전달했다. 또 성폭행 범죄피해자들이 소외계층 10대 여성에게서 많이 일어난다는 말을 접하고 피해자들 심리치료에 드는 비용들을 지원했다.
처음에 주민들이 입주했을 때 환경미화를 하시는 분들이 없었다. 동네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느껴 자발적으로 시작한 게 ‘환경 정화의 날’이다. 청사모는 서구 자원봉사센터 1호로 등록되어 있기도 한데, 프로그램을 학생들 봉사점수 등과 연계하니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했다고 한다. 고경란 회장은 “지속적으로 3-4년 운영하니 주민들도 청사모의 활동을 알고 지지해 준다. 앞으로는 최고령, 최다 참여 가정에게 상품을 주려고 이벤트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사모는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온라인 카페에서 판매하는 ‘아름다운가게’를 운영한다. 여기서 생긴 수익금을 후원기금으로 사용한다. 또 ‘맘들이 모여 사는 벼룩시장’을 진행하며 기금을 조성한다. 판매금의 10% 정도와 ‘사랑의 천원 모금운동’을 통해 ‘큰 손’ 없이 주민들의 힘으로 모은 기금을 가지고 전액을 후원한다. 온라인 카페가 모태인지라 네이버 카페의 ‘콩’마일리지를 모아서 기부하기도 한다.
청사모의 사업 중 복지사업에 드는 예산은 1/10 정도다. 훨씬 더 많은 사업을 다각화해서 진행하고 있다. 먼저 갖가지 동아리 활동이 있다. (일탈클럽, 통기타, 산악회, 사진회, 포켓볼, 압화, 카누, 축구, 골프, 배드민턴, 야구, 자전거) 특히 포토클럽은 청라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진 한 장의 힘이 대단하다. 또 주민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강좌를 열고 있다. (천연화장품, 메이크업, 손글씨, 사진, 톨페인팅, 가죽공예, 당구, 꽃갤러리, 인문강좌 등)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대단하다. 그리고 청라의 지역축제를 꼽을 수 있다. 주최는 LH공사가 하지만, 모든 구성과 내용은 청사모가 주관해서 채우고 있다. 청라 페스티발이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한 만큼 청라의 사업을 벼룩시장/동아리/축제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또 뜻을 모아서 ‘청라 7호선 연장개통 10만인 서명’, ‘청라IC개통기념 통수식 진행’, ‘SK화학 반대집회’에도 역할을 했다.
공모지원사업과 관련된 안내․교육을 받고 싶다. 공모 절차 및 관련된 서류작성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 또 체계적인 마을 전문 역량을 갖추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청사모가 다양한 변화를 통해 성장해 왔으니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회원이 많으니 요구사항도, 수요도 많다. 마을 사랑방처럼 쓸 수 있는 공동공간, 문화광장이 필요한데 공간을 마련한다는게 비용상 쉽지 않다. 만약 생긴다면 인문학 카페의 형태였으면 좋겠다.
지역소득이 증대한다는 측면에서 마을기업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런데 주거지와 상업지가 분리되어 있는 청라 특성상 쉽지 않다. 구도심에서는 아파트 상가에서 가능할 것 같다. ‘아름다운 가게’같은 형태도 여건상 어렵다. 계양구에는 재활용센터, 구청에는 커피숍 같은 사회적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청라는 임대료가 비싸 사회적기업이 없다. 사회적기금 창출하는 절차를 컨설팅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청사모는 주민복지활동도 많이 하지만 지역상권 활성화가 중심 사업이다. 청라에 어울릴만한 사업에 대해서 센터가 제안해주었으면 한다. 청라는 세입자 비율상 젊은 엄마들이 많고 유치원 초등 학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작년의 수용가능인구는 26%였지만 지금은 13%이다. 어린이집 전쟁을 치르고 있다. 시설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어린이집 쿼터제도 하면 좋은데 힘들다. 공간마련에 따르는 비용문제 때문이다. 이것만 해결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기 분야에 자신 있는 엄마들이 많다. 5가구~7가구 묶어서 해볼 수 있겠다. 그룹홈은 어떤가? 시에서 시행 중인데 ‘서구형 고아원’이다. 말이 고아원이지 가정과 똑같은 환경에 생활지도교사와 보육교사가 있는 보육시설이다. 시에서 공간을 제공해 임대료가 2~5만원으로 저렴하고 일반 생활과 동일하다고 한다. 그런 걸 도전해보고 싶다.
커넬워크와 지금 착공중인 중앙호수공원은 지역의 좋은 자원이다. 주민들이 애착을 갖고 이용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축제도 해를 거듭할수록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있다. 사실 청라의 입장이 원도심의 개발 반대와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원도심 및 지역 주민들을 축제에 초대해서 함께 즐기고 싶다. 인천 지역의 커뮤니티센터가 활성화되길 원한다. 장애인들이 공교육 과정 이후 자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다. 뜻을 같이 하는 단체나 모임이 있다면 의견을 같이 나누고 싶다.
글 : 이광민(사업지원팀)
사진 : 청사모, 이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