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문화놀이터 뜻>은 청년 예술인들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서로의 재능을 발휘해서 동네 중심의 문화공동체를 만들고자 2013년에 설립했다. <뜻>의 정윤호 대표는 "꿈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뜻을 이루는,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곳이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지었다"며 단체를 소개했는데. 청소년 공연단체 '광끼'에서부터 지역을 위한 협동조합 '뜻'에 이르기까지. 청년들의 명랑한 꿈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청년 단위에서 이런 사업을 하는 것이 드문 만큼, 협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배경이 궁금했다. "2006년 연극, B-boy, 노래 등 공연영역에서 활동하던 청소년들이 있었어요. 저도 그 중 한 명이었는데, 당시에는 지역 안에서 청소년들이 마땅히 갈 곳이 없었거든요. 공식적인 청소년 단체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당시 인천에는 청소년 운영위원회, 동아리연합회가 막 생겼을 때였고, 정 대표는 운영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들이 이루어지는 광기의 CITY를 만들어보자(웃음)는 취지에서 '광끼'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정 대표는 "자신이 발딛고 있는 처지와 상황에서부터 고민하다 보니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광끼 때는 다양한 이해관계로 모여 있었어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던 거죠. 청소년 때 고민은 청년이 되니 진로와 관련해서 더 어려워지더라구요. 개개인 역량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 시작한다면, 문화예술을 하면서도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객은 누구인가?"를 묻게 되었다. 예술을 함께 누릴 대상은 바로 마을 주민이었다. 축제를 통해서 진지하게 주민을 만나보겠노라 마음먹었고, 만수동의 지역축제 시민문화기획단에서 출발했다. 이후 '대학생 + 주민 놀이터'의 이미지를 가진 법인을 만들게 되었는데, 작년에는 안전행정부가 선정한 인천시 남동구 마을기업이 되었다. 또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시민이 참여하는 축제인 '만수동오리지널'을 기획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가지고 계신 재능이 많더라구요. 홀로 지하주차장에서 연습하는게 전부였던 색소포니스트 아저씨가 계셨는데, 그 분을 마을 축제 무대에 모셨어요. 공연 후 소감을 이야기해 주시는데 '무대에서의 떨림조차 좋았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때 너무 뿌듯했어요." 만수동 오리지널 이야기다. 그밖에 만수동 주민이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사전에 리서치를 해서, 미리 준비한 사연과 함께 어른들이 늘 모이는 공간에서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업은 동네가 문화놀이터가 되었으면 해서 시도한 것들이에요. 처음 지역 주민분들이 저희를 보는 시각은 온전한 편은 아니었어요. '상권 뺏으러 오는 게 아니냐'는 둥 의아해 하셨죠. 하지만 우리를 찾아오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어떤 갈망이 있는지를 알았고, 청소년을 위한 활동이 꼭 필요하다 한다고 생각했죠. 그럴수록 더 열심히 주민과 학부모님들께 알려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우리 활동을 반대했던 분들도 축제로 인해 당일 매출이 좋았다며 고맙다고 해 주시고, 한번은 빵집 아저씨께서 기획에 참여하고 싶으시다며 대신 빵을 무제한 제공하시겠다고 약속하시더군요. 반대하셨던 분들이 고맙다고 말씀하시면서 응원해 주세요. 변화가 생긴거죠. 축제 일정이 시험기간과 겹치면, "우리 애가 공부해야 되는데 저기에 정신이 팔려 있다"며 민원이 들어오기도 해요. "어쨌든 지역 주민들께서 관심을 가져 주시게 되었다는 거니까요.(웃음) 보람 있는 순간입니다."
▲내부 공간을 활용한 '상상카페'. 청소년들이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뜻>에서 하는 사업은 크게 문화예술사업, 교육사업,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주된 사업은 문화예술 사업과 교육사업이다. <문화예술사업>은 대관사업, 체험프로그램, 축제 또는 행사 기획사업, 공연 배급 사업 등이고, <교육사업>은 청소년 문화기획, 동아리 인큐베이팅 등을 골자로 한다. <마을공동체 사업> 분야에서는 취미 나눔 프로그램이나 전시 프로그램 사업을 한다.
어떻게 이런 시도를 계속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삶의 중요한 가치를 찾았다는 생각을 해요. 바로 ‘하고 싶은 것’의 가치인데요. 똑같은 고민을 하는 또래 친구들이 많아요.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와의 사이에서 힘들어하곤 하죠. 아, 행복이 다 같은 행복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각자 영역이 다른 거겠죠. 프로젝트가 성공할 때마다 생기는 희열이 있어요. 저 또한 지금 도전하고 있는 건데요. 계산을 해 가면서 일하지는 않지만, 마을에서 3년을 실험해 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어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계속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원동력이에요." 라고 말했다.
“꿈꾸는 문화놀이터가 점점 퍼져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인천에서 요구가 들어오지 않아서 고민이에요. 지역에서 활동하고 싶음에도 오히려 부천이나 광명 같이 다른 지역에서 도움 요청을 많이 받습니다. 마을기업을 준비하면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누군가 손을 뻗어 줄 때 느낀 따듯함. 우리도 다른 사람에게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가급적 우리가 사는 지역 안에서요.”
정 대표는 경영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작년 5월부터 통장에 들어온 돈이 1억 6천만원이더라구요. 1년을 목표로 잡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재투자하고 있어요. 처음엔 보조금 비중이 높았지만, 점차 줄어들고 있는 걸 보면 '먹고 살 수 있나?' 하는 질문에는 '가능성을 봤다' 정도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함께하는 단체가 있는지 물었다. “청년 단체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스터디 모임을 가져요. 그 밖에도 축제를 하다 보니 동네 공방들, 사장님들이 참여해주시면서 관계가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어떻게 여러 사람들과 소통할까? 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주로 만수6동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모여요. 음.. 중요한 건 어떤 컨텐츠가 되었건 '무언가 남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하면 못 한다는 거에요. ”재밌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면 잘 풀리더라구요. 지금은 판매 콘텐츠를 구상해서 마을 주민 모두가 주주가 되는 사업을 모색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모두가 재미있어 할지 찾는 중이에요.”
“주민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접근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주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알아야 가용한 인력 풀 안에서 기획할 수가 있거든요. 그런데 어떤 필요가 있는지 물어보면 '너희는 뭘 할줄 아는데?'하는 답변만 돌아와요. 제가 연극 강의를 연다고 한들 주민들이 전부 오실 것도 아닌데도요. 아무리 좋은 기획이어도 필요를 느끼지 않는 상황이면 소용이 없어요. 본인 욕구가 가장 중요해요."
5월에는 청소년을 위한 '상상카페'가 열렸다. 8월에는 축제와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정 대표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만들어서 제공하고, 주민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필요한 부분은 사람을 부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지원을 축소시켜 가면서 우리 힘으로 해 내고 싶습니다.”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지원센터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물었다. “마을지원사업에 일부러 지원하지 않았어요. 마을기업과 같은 곳들은 자격조건에서 패널티가 있을 수 있다고 해서요. 저희는 마을 곳곳에서 소동들이 일어났으면 해요. 이를 위한 별도의 제안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지원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지원센터와 어떤 협력이 가능한지도 궁금하구요."
"활동하며 느꼈던 것인데, 작은 지역이지만 이 안에 다양한 팀(활동하는)들이 있다는 것. 그럼에도 서로 손 잡는 걸 잘 못한다는 것이었어요. 공모사업이 나눠먹기가 되어서 자칫 분쟁의 원인이 되지 않았으면 해요. 모두가 다함께 소동을 일으키는 장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6월에는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이 가진 지역 의제를 가지고 '마을 집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관심 있는 단체 및 마을 주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앞으로 청년들의 활동에 소동이 자주 일어나길 바란다.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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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광민(사업지원팀)
사진출처 :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