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회적거리두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공공기관은 문을 걸어잠갔다. 감염병 노출로부터 시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목적을 두었지만 공공기관 이용제한로 생기는 단절이 복지와 교육 등의 사각지대를 살피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가깝게는 사람들의 우울감, 고립감 등으로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여기, 그럼에도 문을 열고 모임을 유지시켜나가는 마을공간이 있다. 물론 철저한 방역수칙과 소규모 활동이라는 원칙을 지켜가면서다. 문화공간 노닐다 이학정 대표를 만나 마을공간을 개방해 주민들과 함께 재난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인터뷰했다.
문화공간 노닐다
문화공간 노닐다는 남동구 도시재생 대상지에 있어요. 근처에 회사가 있어 지나가다 우연히 지금 이 공간을 알게 되었어요. 어둡고 사람들의 왕래도 적긴하지만 그래서 재미있고 다양한 걸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들더라고요. 원도심에 아홉 평 남짓이지만 주민들과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고 있습니다.
어떻게 시끌시끌하고 주민들이 찾아오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예술분야를 생각했어요. 전혀 예상치 못한 길, 공간이지만 언제든 찾아가면 즐거운 공연, 축제, 모임을 했으면 했죠. 그동안 인천시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달빛마을 유튜브 방송, 인천 문화재단 사업, 달빛마을 지킴이, 마을 청소년을 위한 진로 체험처, 달빛마을 작은 도서관, 작은 문화축제, 남동구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사업을 했습니다. 현재 남동형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됐어요.
문화공간 노닐다 활동의 핵심은 핵심은 ‘네트워크 공간’으로 동아리 모임과 교육을 열어서 마을 거점 공간이 되는 것이에요. 그래서 공간을 활용하는 주체에 제한을 두지 않아요. 모임 공간이 필요한 분들께는 빌려드리고 있어요. 인형 만들기, 뜨개질, 독서모임, 영화모임 등 다양한 모임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참여자가 주체자로
모든 활동이 더디면서 느슨해요. 마을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공연팀을 구성하고 준비하다보니 빠르게 진행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아쉬움이 남지만 그 사이에 자발적인 모임, 공연을 하겠다는 주민분들이 생기더라고요. 맞춤형 공연이라고 할까요?(웃음) 그래서 참여자들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추시는 분들도 생기고 마을잔치처럼 관계가 정겨워지는 것 같아요.
주민 모임에 공간을 지원할 때 저마다 독특한 마을 모임명을 구상하세요. 처음 공간에 발을 들으실 때 쭈뼛쭈뼛, 호기심으로 찾아오신 분들이 많으셨어요. 혹은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입장으로 생각하신 분들도 있었는데 점차 공간의 친구로서 함께 노닐다의 가치를 만들어 간다고 느낄 때 행복합니다.
함께 하는 가치
노닐다에서 동네에 공연, 강좌를 홍보할 때 ‘우리가 무슨..’ 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참여를 꺼려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안타깝죠. 그때 인천문화재단 기획자 양성과정을 통해 문화예술 기획을 접했어요. ‘문화예술이라는 것이 특별한 사람들이 누리는 것이 아니고 일상에서 누구나 누리며 살 수 있다. 빈부격차 상관없이 마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고 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문화예술은 사람의 자연적인 감성을 어루만지고 또 그것을 이웃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어서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노닐다의 문을 열고 들어와 사람들을 만나고 모임을 정하고 일상에서 공동체활동, 문화예술 분야 활동을 접할 수 있도록 공간 구성에 애를 썼어요.
작은 공간, 큰 의미
‘돈도 벌리지 않는데 공간을 왜 이렇게 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웃음) 저는 사회적경제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노닐다가 지금은 작은 규모지만 일자리를 나누고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로 삶이 풍요로워지고 또 그 관계가 쌓여 살기 좋은 마을을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서로 인사하고 함께 살아가고 돕고 나누는 일이 제겐 행복해 지는 길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제 역량이 부족해서 늘 아쉬워요. 그래서 문화공간 노닐다를 시작한걸 후회할 때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공연과 강좌, 모임을 통해서 행복해하시는 마을분들과 무대가 늘 목마른 예술가들을 보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눌 수 있는 그런 활동을 만들고 싶어집니다.
그럼에도 문을 연다.
코로나19로 많은 타격을 받았어요. 사람들이 오지 않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그 모임, 관계가 끊어지는 게 걱정되더라고요. 우선은 지자체, 뉴스에서 나오는 안전수칙을 잘 지키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일때는 비대면으로, 사회적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소규모는 대면 모임을 하면서 공동체 활동을 유지했어요.
모든 곳이 문을 걸어잠근다고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규모 다중이용시설은 불특정 다수가 머무는 공간이라 위험성이 크지만 마을은 보다 안전하지 않을까요? 물론 안전수칙을 잘 지키고 마을 모두 신뢰와 배려를 가지고 스스로의 안전을 잘 지킨다면 말이지요.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다른 나라들이 국경을 걸어잠글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어요. 개방성을 가지고 유연하게 대처해나갔던 모습을 보면 마을에서 노닐다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마을의 목소리가 쌓이는 공간, 노닐다
마을에 노닐다와 같은 공간이 있음으로써 마을 사람들, 지역 상권 활성화, 마을 문제가 자연스럽게 모이고 쌓이더라고요.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주변에 알리는 하나의 마을 지원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노닐다에서는 관계를 넘어서 교육, 복지, 문화 등 그 지역에 맞는 실질적 지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하고 한편으로는 실천과 자생력을 갖추게 되더라고요. 이제 시작입니다.
노닐다는 마을에 주민들이 오며가며 언제든 쉬어갈 수 있고 문화예술이 넘치는 마을거점공간이었으면 합니다. 또 위로가 될 수 있는 공간으로 남겨지길 바랍니다.
작지만 큰 뜻을 품고 있는 열린 공간, 문화공간 노닐다는 한 개인이 공공성을 가지고 문을열었지만 서서히 지역에 뿌리내리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마을의 수다가 흐르고 재미있는 상상과 실험이 넘쳐흐르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