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손윤경(청춘부라보 대표)
섬 속의 섬, 접경의 섬 교동도
교향(敎鄕)과 문향(文鄕)의 섬, 천혜(天惠)의 섬,
최근 평화(平和)의 섬으로 불리는 교동도(喬桐島)는 접경지역입니다.
교동도는 행정구역상 강화군 교동면으로 면적은 47.16km², 강화군의 30% 정도에 해당하는 농경지를 갖고 있고 17개 리에 약 3천 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교동도는 예로부터 한강하구의 입구를 지키는 교통과 군사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여 조선 시대 경기, 충청, 황해 3도 수군을 지휘하는 삼도수군 통어영이 설치되었던 군사적 거점지역으로, 37.2km² 해안선을 따라 10개 이상의 포구와 나루가 번성했던 인적, 물적 국제교류의 거점지역이었습니다.
교동도는 화개산, 율두산, 수정산 3개의 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섬이었으며 삼국, 고려, 조선, 일제강점기를 거쳐 대규모 간척사업이 진행되어 현재 우리나라에서 14번째로 큰 섬이 되었으나 6.25 전쟁과 정전협정으로 한강하구 중립 수역을 사이에 두고 실향의 땅이 되어버린 황해도 연안군과 불과 2.6km를 앞에 두고 있는 접경지역, 민통선 지역으로 분류된 섬 속의 섬입니다.
세대공감, 문화잇기- 마을공동체 ‘청춘부라보’
청춘부라보는 2015년 지역주민과 실향민 어르신들이 함께하는 마을 사랑방으로 오픈된 이후 문화예술인이 결합하여 활동 중인 공동체입니다. 세대공감 문화잇기를 모토로 이북접경 음식문화와 교동도 지역 자산을 활용한 역사, 문화, 자연, 평화 등을 테마로 하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지역의 인물과 역사, 자연과 문화를 발굴하고 기록하는 사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2017년~2020년에는 인천광역시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을 통해 활동한 바 있으며 2019년부터는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추억의 옛노래 배우기 인천생활문화동아리 ‘이팔청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화읍에서 소외계층과 작가를 위한 전시회 개최, 강화 특산품 강화 소창을 이용한 체험활동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교동에서는 청춘부라보 수익사업(이북식 강아지떡과 이북식 만두, 교동산 농산품 등 판매)을 진행하며 실향의 아픔을 달래며 고향 방문을 기대하는 실향민들의 역사공동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청춘부라보는 2018 서해평화예술 프로젝트[모든평화] 제3섹션 ‘새로운 평화’ 현장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2020~2021년에는 2년에 걸쳐 인천문화재단 서해평화예술 프로젝트 ‘교동도 미인, 미소’를, 2020년부터는 전국의 초, 중, 고등학교와 서울시 평화가족캠프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2022년에는 인천광역시 교육청과 업무 협약을 맺고 강화, 삼선, 해명초등학교, 하나원 남부센터, 평화교사연구회, 고인돌지역아동센터 등 단체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인천시교육청 난정평화교육원 1, 4관 구축 자문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공존을 꿈꾸다
서로 도와서 함께 존재하는 공동체, 나눔을 실천하는 공동체를 꿈꾼다면 행복하고 평화로울 것 같습니다.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고 프로그램을 밀도있게 실행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하고 지역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가짐으로써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고, 젊은 층의 고향 이탈과 저출생, 초고령화 등의 사회적 문제가 더욱 심각한 지역이기에 더욱더 많은 외부인의 관심과 방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역의 특별한 자산들을 활용한 비즈니스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동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인 교동향교와 화개사, 교동읍성, 연산군 유배지가 있으며 실향민들로 인해 생겨난 대룡시장과 망향대, UN 을지타이거여단 충혼전적비, 연꽃이 아름다운 고구저수지, 해바라기정원이 아름다운 난정저수지, 최근 복원된 훈맹정음 박두성 선생 생가터와 지방 정원 최초로 지정된 화개정원, 나들길과 평화 자전거길, 난정평화교육원 등 역사, 문화, 자연 등 많은 지역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또한 섬 안의 섬에서 오랜 기간 지역을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온 주민과 분단의 아픔과 실향의 서러움을 갖고 평화에 대한 갈망과 미래 통일조국을 기원하며 살아가는 실향민이 있어 교동도는 더욱더 특별한 마을입니다.
마을공동체의 지속적 활동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얼마나 찾아내서 발전시키느냐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존을 위한 계획들
첫째, 이북접경지역의 계절별 음식문화를 추가로 발굴하여 특성화시키고 둘째, 역사·문화·자연·생태·평화를 테마로 계절별, 일정별, 비용별 수요자의 요구에 맞춘 체험프로그램으로 다양화하고 셋째, 지역 평화자산(인물과 자연, 역사와 문화 등)을 발굴하고 기록하여 공유하는 사업. 넷째, 공동체 운영 식당과 마을별 거점 숙박시설을 갖추는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전 세계 유일한 접경지역의 특별함을 지역주민들과 실향민 1세, 2세 분들의 꿈을 함께 준비하며 또 다른 공존을 기대합니다.
교동도는 예부터 역사적,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어왔으며 통일된 조국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섬 속의 섬으로 씨족공동체의 삶의 배경이자 이북접경지역으로써 생활문화의 특수성이 타지역과는 매우 다른 섬입니다.
특히 6.25전쟁 전에는 2.6km 떨어진 이북 연백 지방과는 많은 물적, 인적 교류가 있었습니다. 또한 교동도에 2014년 대교가 놓이기 전까지는 배편을 이용해야만 강화, 인천, 서울 등을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교통 상황이 매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운 생활과 외부와 단절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억척스럽게 자녀들을 교육시켜 미래의 일꾼들을 배출하고 교동도를 가꾸어 온 이들은 특별하고 다양한 생활문화의 다양성을 품고 있습니다.
교동도에도 인구감소와 급격한 고령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학생이 없는 학교는 폐교, 통합되어 운영되고 실향민 1세대들은 이미 세상과 결별했거나 이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피난민들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여 함께 교동을 가꾸어 온 주민들도 고령화되어 그들이 살아온 삶과 기억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이 잊혀지고 사라지고 버려지기 전에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가 살아온 특별한 삶의 이야기와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 생활문화 등을 찾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시급하고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생활하며 또 다른 세대와 공존하기 위한 마을공동체가 지속적으로 발전 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협조가 필요합니다.